(CURRENT) 청신 개인전, (STORY) 김선우의 크레타 에세이 CURRENT : Chungshin's Solo Exhibition
STORY : Kim Sunwoo's note 'Castaway'
UPCOMING : Kwon Hana's Solo Exhibition
2023.11.15 ㅣ VIEW ONL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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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란서청신 : 빛과 선의 화가
Chung Shin
11월 16일부터 청신 개인전 < 불란서청신 : 빛과 선의 화가> 를 PBG 더현대서울에서 개최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업 여정을 따르는 과정 속에서 작가가 마주한 정물과 건축물, 풍광과 일상의 사물을 담아낸 드로잉과 원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 시떼 레지던시에서의 작업 공간을 재현한 전시구성과 작가의 파리 일상을 담은 영상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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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bark on a visual journey as the solo exhibition '佛蘭西 Chung Shin: Painter of Light and Lines' by Chung Shin unfolds its artistic brilliance at PBG The Hyundai Seoul on November 16th. Following in the footsteps of Vincent Van Gogh, the artist captures the essence of still life, architectural marvels, landscapes, and everyday objects through an exquisite collection of drawings and watercolor paintings. This exhibition promises a unique experience, featuring a meticulously recreated workspace inspired by Chung Shin's time at the residence in Cité, France. Be prepared to immerse yourself in the ambiance of Chung Shin's Parisian daily life through captivating visu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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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November 16 – December 7, 2023
TIME : MON-THU 10:30AM-8PM (FRI-SUN 8:30PM)
CONTACT : 02-3277-0283
PLACE : PBG 더현대서울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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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ilm. Chung Shin in Paris
ARTIST FILM. 청신 까만 어둠이 내려앉고 푸른 달빛만이 흐르는 센강. 시떼의 밤을 고요히 밝히는 작은 불빛이 있습니다. 노란 커튼이 드리워진 청신의 작업실로 들어와주세요. 새소리와 납작 복숭아가 함께하는 아침부터 햇살이 아름다운 보주정원에서의 피크닉, 새벽을 거니는 드로잉까지. 과거의 빛과 현재의 선이 교차하는 불란서(佛蘭西)의 나날들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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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ne River, cloaked in the deep darkness, illuminated solely by the gentle glow of the blue moon. In the quietude of Cité 's night, a small light softly brightens the scene. Step into Blanc Sein's studio, where yellow curtains are drawn, revealing a haven of creation. From the tranquil morning symphony of birdsong and the flat peach trees to a sunlit picnic in the beautiful Voges Garden, and the contemplative drawings at dusk – experience the days in France where the radiance of the past intersects with the lines of the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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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unwoo's note
김선우의 표류기
지난 7월,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서 여름의 한 달 동안 표류하듯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13시간을 날아 비 내리는 우중충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다시 네 시간을 날아서 도착한 크레타의 날씨는 상상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헤르니스소스에서는 모두 수영복 차림으로 거리를 걷거나 스쿠터를 타고 휙휙 지나다녔습니다. 저도 작업을 하다가 지치면 그들을 따라서 수영복만 달랑 입은 채로 눈치 보지 않고 해변의 풍경 속으로 달려갔습니다. 투명하게 파란 바다와 하늘빛 사이로 무수한 윤슬의 무리가 눈부시게 가만히 반짝이는 그 풍경 속으로.
에게해의 여러 섬들에서 머물며 수백 매의 원고를 써 내려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도 아마 이런 느낌의 것이지 않았을까요. 당시의 경험을 기록한 수기인 <먼 북소리>에서 그는 그 당시의 일상에 대하여 '뭔가를 열심히 했던 하루 같기도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하루 같기도 하다.'라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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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July, I spent a month on the island of Crete in Greece, drifting through time. After a 13-hour flight, passing through the overcast sky of Amsterdam and another four hours in the air, I arrived in Crete and the weather was exactly as I had imagined. In Hersonissos, everyone strolled the streets or whizzed around on scooters in their swimsuits. Whenever I felt tired while working, I would follow them, running into the beach without care, adorned only in a swimsuit. Through the space between the transparent blue sea and the light of the sky, I ran into the dazzling spectacle of countless sparkles of dew.
Perhaps Haruki Murakami, staying on various islands of the Aegean Sea, experienced a daily life like this, writing hundreds of pages of manuscripts. In his diary "Sound of the Border" he expressed about that time, "It feels like a day when I worked hard at something and, at the same time, a day when I did nothing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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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매일 밤 눈을 감는 그 순간의 풍경이 수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파랑의 양 면이라는 사실이, 하루의 시작과 끝에 깃든 확실한 기쁨이 될 수 있는 이 섬에서 나는 하루하루를 아쉬운 듯 소중하게, 때로는 물을 쏟아 흘려보내듯 무심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가 뜨거워지기 전, 오전 일곱 시에 아무도 없는 해변으로 나가 잠시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아침 해와 함께 물결처럼 밀려오는 윤슬들의 반짝이는 빛무리 속에서 별처럼 유영하는 기쁨을 오롯이 혼자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기쁨들의 편린을 애써 종이 위에 잡아두어 보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림을 그린다는 일,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 동시에 지극히 애틋하고 정성스러워야만 하는 일인지를 붓을 드는 순간과 순간 마다 깨달았습니다.
에게해 위로 쏟아지는 한 낮 동안의 뜨거움이 해변을 사랑하는 이들이 가진 아폴론과 같은 열정이라면, 이른 아침 동쪽에서부터 수면 위로 천천히 드리우는 무수히 많은 별과 같은 반짝이는 윤슬의 빛은,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새벽을 떠나며 남기고 간 아쉬움의 자취처럼 보였습니다. 그 깜짝거리는 빛무리들이 마치 은하수처럼 보였던 까닭이며, 또한 내가 그들을 사랑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달의 여신 셀레네가 아폴론과 자리를 바꿔 앉는 그 찰나, 그녀의 짙은 푸른 옷깃이 바다 위로 내려앉으며 새빨간 붉은 빛을 힘겹게 발하던 짧은 양초를 덮어 끄듯 마침내 어둠이 몰려오는 적막한 시간의 농밀한 색깔과 냄새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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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n island, from the moment you open your eyes in the morning to the moment you close them at night is a moment that you realize the horizon and sky are two sides of the same blue color, pure joy at the beginning and the end of the day. I cherished each day, wistfully and nonchalantly, watching the days as if they were water running down the drain. Before the sun became scorching, and I went to the deserted beach at seven in the morning to dip into the sea, I could experience the joy of swimming alone in the sparkling light of the dewdrops flowing in with the morning waves, like stars. I tried to capture these moments of joy on paper, but every time I picked up a brush or a pen, I realized how futile and yet profoundly sincere the act of drawing a picture or writing could be.
If the midday heat pouring down on the beach represents the passion of those who love the beach like Apollon, then the sparkling light of countless dewdrops slowly drawing over the surface from the east in the early morning resembles the afterglow of the dawn like the traces of lingering regret, left behind by the goddess of dawn, Eos. That's why those twinkling lights looked like the Milky Way, and why I love them. Finally, at the moment when the moon goddess Selene exchanged places with Apollo, her deep blue robe settled over the sea, covering the short candlelight, emitting a reddish glow, like a cover extinguishing the vague light. The dense colors and smells of the silent time of darkness that came gathering to me were astou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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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수영복을 빨랫대 위에 말려놓고, 거실의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쓰다 노트북에서 잠시 눈을 떼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잘 가꾸어진 생울타리 사이에 핀 새빨간 히비스커스가 바람에 산들거리는 풍경 너머로 남포빛 바다가 끊임없이 손짓하듯 밀려왔습니다. 아니, 이 섬이 계속해서 어딘가로 표류하는 중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배멀미가 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매일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르는 숙소 앞의 타베르나(레스토랑)에서 평소와 같이 점심을 먹고 일어섰던 어느 날, 이제 낯이 좀 익은 주인이 나를 붙잡았습니다. 아이스크림 먹고 가. 오늘 무척 더우니까. 라며. 그 말에 우리는 서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들이란 게 대부분 한 낮의 뜨거움을 견디고 땀을 흘리는 일입니다만, 새벽과, 석양과, 누군가의 호의라는 순간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찰나의 시간들이, 우리 이마에 맺힌 그 인고의 물방울들을 닦아주는 부드러운 여신의 손길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섬에서 이처럼 지냈습니다.
이러한 마음들이 당신에게 이처럼 전해지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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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swimming, I returned home, hung my swimsuit on the drying rack, sat at the table in the living room, and looked away from the laptop for a moment while writing, I turned my head to the right, to look upon a well-kept living fence of brilliant red hibiscus swaying in the wind, and beyond that the sparkling sea. The far away landscape, constantly, and ceaselessly beckoned as if this island were continually adrift somewhere. In moments such as this, it felt like seasickness might wash over me.
When I entered the taverna (restaurant) in front of the accommodation for lunch, I stood up after eating like any other day, however, the now familiar owner grabbed me, "Why don’t you have some ice cream? It's exceptionally hot today," I smiled at him in appreciation, and he smiled back as well. The tasks of writing, drawing, and living are an endurance, with the sweat of each day brought about in the midday sun. Yet, I think of the bitter-sweet moment of dawn and sunset. And of someone's kindness, like the gentle touch of a goddess wiping away the droplets of fatigue on our foreheads.
I lived like this on the island,
hoping that these feelings would be conveyed to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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